(이글은 Hope 5L2F 재단에서 출판하는 선교저널 [Mission Journal] Summer, Vol 3/2, 2016 선교저널 [Mission Journal], pp. 6-7에 게시된 본인의 글을 수정한 것임을 알린다)
주기도문에서 “주님의 나라가 임하옵소서”라고 기도할 때, 그 나라는 과연 어떤 나라를 말하는 것일까? 세상의 가치를 대표하는 바벨론일까? 아니면 하늘의 가치를 대표하는 예루살렘일까?
요한계시록은 바벨론을 불결한 창녀로 새 예루살렘을 청결한 신부로, 바벨론은 쇠퇴해가는 세상의 제국으로 새 예루살렘은 성장해가는 하나님 나라에 각각 비교한다. 바벨론은 오물과 폐수가 흘러나오는 불모지이며 심판의 불로 황폐해진 버려진 땅이지만(요한계시록 17:3; 18:17), 새 예루살렘은 수정같이 맑은 생명수가 흘러 나오는 거룩한 도시다(요한계시록 21:2; 22:1). 바벨론으로 인해 세상의 모든 나라가 병들고 멸망하지만, 새 예루살렘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수와 생명 나무로 인해 병든 세상의 상처는 치료받고 회복된다(요한계시록 18:3; 22:2). 생명의 강이 도시를 가로지르며 세상의 모든 죽어있는 것들에 생명을 부여한다. 생명의 강은 목마른 갈증을 해소하고 절망적인 현실에 희망을 주는 축복의 샘물인 것이다. 이와같이 우리가 이 땅에서 꿈꾸고 만들어 나가야 할 도시는 바벨론이 아니라 새 예루살렘인 것이다.
요한계시록의 생명의 샘물은 재앙의 결과로 피와 섞인 물로 변한 죽음의 샘물과도 대조된다(요한계시록 16:4). 가난한 농부를 착취하고 기근과 굶주림을 대표하는 바벨론 제국의 경제법칙과 달리 새 예루살렘은 모든 사람이 생명의 나무에서 생명의 열매를 함께 나눠먹는 나눔의 경제법칙을 대표한다. 요한계시록은 생명나무의 잎사귀를 헬라어의 테라페이아(θεραπεία)라는 의약품으로 소개한다. 하나님이 상처받고 일그러진 세상을 고치고 보살피고 치유하고 계신다는 요한계시록의 중심 메시지를 잘 드러내고 있다.
생명나무의 잎사귀는 끊어진 관계, 가족, 공동체, 나라를 연결해 주고, 기후 온난화로 상처투성이가 된 지구를 회복시키고 치유한다. 요한계시록에서 하나님은 세상을 심판으로 파괴하는 파괴자가 아니라 치유하고 보살피는 간호자의 이미지다(요한계시록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는 다음 책을 참조하라: Barbara Rossing, The Rapture Exposed: The Message of Hope in the Book of Revelation, 『미국의 중동정책과 묵시종말론: 요한묵시록의 희망이야기』 김명수/김진양 번역]).
거룩한 도시 새 예루살렘은 하늘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요한계시록의 저자는 새 예루살렘이 상처받고 일그러진 세상으로 “내려 오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한다(요한계시록 21:2). 세상을 치유하고 새롭게 하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다가 오시는 것이 새 예루살렘의 비전이다.
예언자 이사야는 바벨론 유배자들의 귀환을 하나님의 만찬으로 초대받는 성례전으로 묘사하고 있다:
너희 모든 목마른 사람들아, 어서 물로 나오너라. 돈이 없는 사람도 오너라. 너희는 와서 서서 먹되, 돈도 내지 말고 값도 지불하지 말고 포도주와 젖을 사거라”(이사야 55:1, 새번역).
하나님의 은혜는 세상(바벨론 제국)의 경제논리와 달리 거저 주시는 선물이다. 이사야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은혜를(포로귀환)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을 볼 수 있는 물과 포도주로 표현하고 있다. 요한계시록은 바벨론 유배자들의 귀환을 노래한 이사야 말씀을 세상을 치유하는 생명수가 새 예루살렘에서 흘러나오는 치유와 회복의 말씀으로 다시 해석한 것이다.
온 세상을 치유하는 생명의 생명수가 새 예루살렘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예수님은 나병환자를 치료하시면서 손수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혹시 병에 전염될까 봐 나병환자를 멀리하거나 나병환자를 격리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나병환자에게 자신의 손을 내밀어 만져주시고 고쳐주셨다. 예수님이 그에게 다가 가셔서 만지시는 순간 예수님의 건강이 나병환자에게 전이되어 그의 병이 낳게 된 것이다(마태복음 8:3). 즉 예수님의 치료하는 능력이 생명수처럼 흘러 나가 나병병자를 고친것이다.
아프리카 빈곤은 정치적 불안, 인종간의 갈등, 지구 온난화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마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구 인구의 8분이 1인 무려 10억에 가까운 사람들이 깨끗한 마실 물을 구할수 없어 가난과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오염된 도랑에서 놀고 있는 장면은 착취와 억압이 만들어 낸 오물과 폐수가 흘러나오는 바벨론을 연상케 한다. 바벨론은 아프리카에서 빈곤과 질병이라는 새로운 얼굴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들에게 새 예루살렘에
서 흘러나오는 생명수와 생명나무의 잎사귀는 과연 무엇일까?
연합감리교회 4대 선교과제 중 하나는 빈곤에서 오는 치명적 질병을 퇴치하는 것이다. 그동안 연합감리교회는 세계 보건증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특별히 “말라리아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은(Imagine No Malaria)아프리카 지역에 폐수를 걷어내고 생명의 강을 흐르게 하는 일환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연합감리교회는 아프리카에 단순히 모기장을 배급하는 수준을 넘어서 교육과 의료시설을 증
강시켜 빈곤으로 오는 질병을 퇴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합감리교회는 교회내의 연대와 다른 기관들과의 협력을 통해 아프리카 말라리아 박멸을 위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연합감리교회는 7천 5백만 달러 기금 모금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북일리노이 연회도 지난 3년간 “말라리아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을 벌였고 약 1백만 달러를 모금하였다.
건강이란 질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건강과 보건증진은 질병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과 질병을 또한 예방할 수 있는 의료시설을 증강시키는 것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말라리아 없는 세상 만들기 기금은 말라리아 예방, 교육, 치료에 필요한 지역 서비스 체계를 제공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말라리아 없는 세상만들기 운동이야말로 온 세상을 치유하는 새 예루살렘에서 흘러나오는 생명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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